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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 울렸지만 시민들은 일상 그대로…민방위 훈련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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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 울렸지만 시민들은 일상 그대로…민방위 훈련 ‘실효성’ 논란 상세 리뷰
전국에서 공습 상황을 가정한 민방위 훈련이 진행됐지만 정작 시민들의 참여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렌이 울리면 가까운 대피소나 지하공간으로 이동하도록 안내하는 훈련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 이어졌다. 자율 참여 방식에 짧은 교통 통제가 더해지면서 실제 비상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으로서 효과가 충분한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후 2시 전국에 공습 사이렌…20분간 훈련
20일 오후 2시부터 전국에서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약 20분 동안 실시됐다.
훈련 상황에서는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시민들이 가까운 민방위 대피소 또는 지하공간으로 이동해야 한다.
서울 도심에서도 훈련이 진행됐다.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숭례문 교차로까지 일부 구간에서는 오후 2시부터 차량 이동이 제한됐다.
다만 차량 통제 시간은 약 5분으로 비교적 짧았다.
광화문 일대에서는 소방차 등 긴급차량이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길을 확보하는 훈련도 함께 진행됐다.

광화문에서도 대피하는 시민 찾기 어려워
훈련이 시작됐지만 시민들의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광화문광장 주변 횡단보도에서는 시민들이 평소처럼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장에 배치된 공무원 역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지하철역이나 대피시설로 이동하도록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민은 이날 민방위 훈련이 진행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약속 장소로 이동하고 있던 한 직장인은 훈련 시작 시간이 오후 2시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래 목적지로 이동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버스를 기다리던 한 시민 역시 훈련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시작 시간까지는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자율 참여라 대피 안내는 따로 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민방위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공무원의 설명에서도 현재 훈련 방식의 한계가 드러났다.
민방위 훈련이 시민들의 자율 참여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대피를 강하게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량 통제 역시 5분 정도만 진행되며 현장에서는 대피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보다 관련 안내 책자를 배포하는 수준으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사이렌이 울리더라도 시민이 스스로 훈련 상황을 인식하고 참여하지 않는다면 실제 대피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안전안내문자도 확인 못 한 시민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민방위 훈련을 알리기 위해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하고 있지만 모든 시민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었다.
경북 구미에 거주하는 한 50대 시민은 민방위 훈련에 대해 질문을 받은 뒤 휴대전화를 확인하고서야 안전안내문자가 도착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문자가 발송되는 순간 휴대전화를 보고 있지 않아 알림을 놓쳤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사전에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시민이 알림을 즉시 확인하지 않으면 실제 훈련 참여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더 어려웠던 민방위 훈련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상황 파악이 더욱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났다.
광화문을 방문한 한 중국인 관광객은 민방위 훈련이 진행된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고 관련 안전안내문자 역시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문자를 받은 외국인도 언어 문제를 겪었다.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 관광객은 한국어로 된 안전안내문자를 받은 뒤 번역을 통해 내용을 확인했지만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국인을 위한 재난안전정보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이에 대한 인지도 역시 낮았다.
외국인용 재난안전정보 애플리케이션인 ‘Emergency Ready App’을 이용하면 주변 대피소 위치 등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지만 해당 관광객은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실제 상황이라면 외국인 안내도 중요한 문제
민방위 훈련은 단순히 국내 거주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비상대응 체계가 아니다.
실제 공습이나 대규모 재난이 발생한다면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과 관광객 역시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특히 서울 광화문이나 명동, 부산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서는 한국어 안내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훈련 단계부터 다국어 안내 체계를 실제로 작동시켜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과거와 달라진 민방위 훈련 풍경
온라인에서도 현재 민방위 훈련의 체감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과거에는 민방위 훈련이 시작되면 이동을 멈추거나 대피하는 분위기가 비교적 뚜렷했지만 최근에는 사이렌이 울려도 평소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내에서 근무하는 경우 사이렌 자체를 듣지 못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건물의 방음 성능이 높아지고 이어폰이나 헤드폰 사용이 일상화된 환경에서는 과거와 같은 사이렌 중심의 경보 체계만으로 모든 사람에게 상황을 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이렌을 울렸느냐’보다 실제 행동
민방위 훈련의 목적은 실제 공습이나 테러, 화재와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민들이 당황하지 않고 신속하게 대피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있는 장소에서 가장 가까운 대피시설이 어디인지 알고, 경보가 발생했을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실제 훈련을 통해 익히는 과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현재 방식에서 시민들이 대피하지 않고 평소처럼 이동한다면 이러한 행동을 경험할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훈련이 정해진 시간 동안 사이렌을 울리고 일부 도로를 잠시 통제하는 행사에 그친다면 실제 위기 대응 능력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계속될 수 있다.
이번 민방위 훈련에서 드러난 낮은 시민 참여와 외국인 정보 전달 문제를 계기로 단순한 훈련 시행 여부보다 실제 시민들이 비상상황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방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