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만들던 삼성 광주공장 확 바뀐다…2400억 투입해 AI 데이터센터 장비 생산
삼성전자가 광주사업장에 2400억원을 투입해 냉난방공조(HVAC) 생산시설을 새롭게 구축한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 중심이었던 광주 생산기지에서 앞으로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대형 건축물에 필요한 냉각·공조 장비까지 생산한다.
특히 1989년 광주사업장이 설립된 이후 37년 만에 이뤄지는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광주에 2400억원 신규 투자
삼성전자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에 위치한 광주사업장 제3캠퍼스에 새로운 HVAC 생산라인을 구축한다고 19일 밝혔다.
투입되는 금액은 총 2400억원이다.
새 시설의 연면적은 약 2만1800㎡로 축구장 약 3개와 비슷한 규모다.
공장 건설과 설비 구축 등을 거쳐 2028년 초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전자와 플랙트그룹코리아,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투자협약도 체결했다.

냉장고·세탁기 만들던 곳에서 데이터센터 장비까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1989년 가전제품 생산기지로 출발했다.
현재도 삼성전자의 주요 생활가전을 생산하는 핵심 사업장 가운데 하나다.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비롯해 비스포크 AI 콤보 세탁건조기와 비스포크 AI 무풍에어컨 등이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2010년에는 정밀금형개발센터도 구축됐다.
이곳에서 확보한 제조기술을 삼성전자의 해외 생산법인에 전달하는 역할까지 담당하면서 단순 생산공장을 넘어 제조기술 거점으로 영역을 확대해왔다.
이번 투자가 완료되면 광주사업장의 생산 분야는 한층 더 넓어진다.
기존 생활가전에 더해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대형 건물 등에 필요한 HVAC 제품까지 생산하게 된다.
핵심은 급성장하는 AI 데이터센터 냉각시장
삼성전자가 HVAC 사업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시장의 빠른 성장이 있다.
AI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대규모 GPU와 서버가 필요하다.
문제는 고성능 반도체가 대량으로 작동하면서 상당한 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성능 저하나 장비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냉각시스템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특히 AI 서버의 전력 소비량과 발열량이 증가하면서 기존 공기냉각뿐 아니라 냉각수를 직접 활용하는 액체냉각 기술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광주에서 생산하려는 장비들도 이러한 데이터센터 냉각 수요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AI 서버 냉각 핵심 장비 ‘CDU’ 생산
새로운 생산라인의 주요 제품 가운데 하나는 냉각수 분배장치인 CDU다.
CDU는 칠러에서 공급된 냉각수의 온도와 압력을 적절하게 조절한 뒤 서버 내부의 콜드 플레이트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면 AI 서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냉각수로 제거하기 위해 물의 흐름과 상태를 관리하는 장비다.
고성능 AI 서버의 발열량이 커지면서 데이터센터에서 액체냉각 방식을 채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CDU 수요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플랙트는 CDU에 전력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과 장비 이중화 구조, 이상신호를 감지하는 기능 등을 적용하고 있다.
액체냉각뿐 아니라 공기냉각 장비도 생산
광주 신공장에서는 CDU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팬 월 유닛(FWU)과 컴퓨터룸 공기 처리 장치(CRAH)도 함께 생산한다.
두 제품은 데이터센터의 공기냉각 시스템에서 활용되는 장비다.
대형 건축물에서 사용하는 공기조화기(AHU) 역시 생산 품목에 포함된다.
결국 하나의 생산거점에서 액체냉각과 공기냉각 관련 제품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데이터센터의 규모나 서버 구성, 냉각 방식에 따라 필요한 장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인수한 ‘플랙트’ 기술 광주에 적용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가 추진하고 있는 HVAC 사업 확대 전략과도 연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HVAC 전문기업 플랙트그룹을 인수했다.
플랙트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공조 전문기업으로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여러 지역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세계 각지에 14개의 생산라인과 8개의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광주 HVAC 생산시설이 계획대로 가동되면 플랙트의 15번째 글로벌 생산거점이 된다.
삼성 제조능력에 플랙트 공조기술 결합
삼성전자는 광주사업장이 이미 갖추고 있는 제조 인프라와 플랙트의 전문적인 HVAC 기술을 결합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가전제품을 대량생산하면서 제조 자동화와 품질관리 등의 역량을 축적해왔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와 대형 건축물 공조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플랙트의 기술을 더하는 방식이다.
광주에서 생산된 제품은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광주사업장이 삼성전자 HVAC 사업의 국내 생산거점이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한 축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장비 판매 넘어 건물 전체 에너지 관리까지
삼성전자가 노리는 영역은 HVAC 장비 생산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체 기업용 연결·통합 제어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프로’와 빌딩 통합 솔루션 ‘b.IoT’를 플랙트의 중앙공조 장비와 연계할 계획이다.
이를 활용하면 건물에 설치된 여러 공조설비를 연결해 상태를 확인하고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센터나 공장, 상업용 건물에서는 냉난방과 냉각에 많은 전력이 사용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공급과 함께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통합 관리까지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려는 것이다.
AI 시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HVAC 선택
삼성전자에게 HVAC는 기존 생활가전 사업의 연장선이면서 동시에 AI 시대의 새로운 B2B 사업으로 볼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늘어날수록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뿐 아니라 전력을 공급하고 열을 제거하는 기반시설의 수요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역시 온도와 습도, 공기 상태 등을 정밀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고성능 공조설비가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광주 생산 제품의 공급처로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시설을 함께 겨냥하는 이유다.
2030년 글로벌 HVAC 선도기업 목표
삼성전자는 플랙트 인수와 이번 광주 생산라인 구축을 기반으로 HVAC 사업을 빠르게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목표 시점은 2030년이다.
이때까지 글로벌 HVAC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플랙트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글로벌 생산·연구 네트워크에 삼성전자의 제조 및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할 예정이다.
광주 생산라인은 이러한 전략에서 중요한 국내 거점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37년 된 광주사업장에 새로운 역할
이번 2400억원 투자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변화다.
1989년 설립 이후 오랫동안 생활가전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했던 공장이 AI 시대에 맞춰 새로운 산업용 제품 생산기지로 영역을 확대하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2028년 초 신규 라인이 가동되면 광주에서는 냉장고와 세탁기 같은 소비자용 가전제품과 함께 AI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는 산업용 냉각장비가 동시에 생산된다.
삼성전자가 기존 제조시설을 활용하면서 새로운 성장산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AI 경쟁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넘어 전력과 냉각 인프라까지 확대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2400억원 규모 광주 투자가 글로벌 데이터센터 공조시장 공략의 새로운 생산 기반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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